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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아내 카를라 브루니의 영국 방문은 꽤 떠들썩했다. 특히 영국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브루니의 스타일이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띈 것은 그녀의 신발이었다. 키가 작은 남편을 위해 그녀는 플랫 슈즈(제품은 토즈)를 신어 자신의 늘씬한 키를 작아보이게 배려했다. 영국의 국가 원수를 만날 때나 여왕을 만나는 만찬 때도 납작한 형태의 굽 없는 이 신발을 고집했다. 그녀의 선택은 파격이었다. 대체로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여자라면 응당 굽이 있는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브루니는 고정관념을 넘어섰다. 새롭고도 매력적인 스타일을 제시한 것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50년대 추억의 영화인 ‘퍼니 페이스(Funny Face)’에서 몸에 꼭 맞는 검정 레깅스(leggings)에 검정 티셔츠를 입고 오드리 헵번이 재즈 댄스를 추는 장면은 영화사적으로나 패션사적으로 유명하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납작한 검정 플랫 슈즈를 신고 있었다. 나비처럼 사뿐사뿐 뛰어다니던 그녀의 모습은, 누구든 그 납작한 신발을 한번쯤 신어 보고 싶은 생각이 나게 한다.
오드리 헵번이 플랫 슈즈의 매력을 일깨웠다면 이를 하나의 ‘고전’으로 삼아 사시사철 즐기는 이들도 있다. 보통 ‘뉴욕 시크(New York chic)’라는 용어는 세련된 뉴요커들이 즐기는 스타일을 통칭하는데, 여기에 꼭 들어가야 하는 아이템이 또한 플랫 슈즈다. 직장 여성, 싱글 맘 등 독립적이고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는 여성이 유난히 많은 뉴욕의 스타일을 단 세 가지 단어로만 정의하라면 블랙 컬러, 빅 백, 그리고 플랫 슈즈가 아닐까(테이크아웃 커피 하나만 추가해 손에 들리면 더욱 완벽하겠다). 바쁜 일상을 사는 맨해튼의 뉴요커들에게 플랫 슈즈가 필수 아이템인 이유는 무엇보다 걷기 편해서일 것이다. 복잡한 도심 내에서 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오히려 몇 블록 정도는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보통인 뉴요커들에게 편하면서도 멋져보이는 플랫 슈즈는 당연한 선택이다. 미국을 대표하며, 본인 또한 뉴요커 출신인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시즌마다 다양한 플랫 슈즈 디자인을 선보여 미국 여성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는 것 또한 일리가 있다.
유럽에서는 레페토(repetto)와 프렌치 솔(French Sole), 런던 솔(London Sole), 프리티 발레리나(Pretty Ballerina)라는 플랫 슈즈 전문 브랜드들이 유명하다. 또 최근 페라가모에서는 브랜드의 상징처럼 된 발레리나 스타일의 바라(vara) 슈즈의 30년을 기념하며 새롭게 바리나(varina) 슈즈를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바바라나 지클로제 같은 브랜드들이 다양한 플랫 슈즈를 선보이고 있다. 겉보기엔 화려하나 발을 괴롭히는 하이힐보다는 실용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플랫 슈즈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키가 작아보이지는 않을까. 다리가 짧아보이지는 않을까’ 고민하지 말자. 대담하고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패션을 즐기는 방법이다.
강주연 패션잡지 엘르(ELLE) 부편집장
